9월부터 전업주부로 돌아가기 때문에 9년간 파트타임 개발자 및 반업주부 생활을 돌아보며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봅니다.

파트타임 프리랜서로 2년, 정규직 파트타임 개발자로 약 7년, 약 9년간의 생활을 되돌아봅니다.

반업주부의 계기

두 아이의 육아를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있었는데, 그동안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계속 그럴 수 없었기 때문에 부부가 감당해야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아내와 논의를 했고, 결론은 제가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육아에 역할을 더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는 직업의 유연성의 혜택을 받은 경우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업무 시간을 10시 ~ 4시의 조건으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반업주부

반업주부로서 생활 리듬은 두 아이에 의존했습니다. 두 아이가 커가면서 하는 일들은 조금씩 바뀌어갔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어린이집, 초등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어릴 때일수록 직접 손이 많이 갔습니다. 식사, 씻을 때 등등 많은 도움을 줬던 기억이 있습니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오후 5시 이후로 아이들의 돌아오는 시간을 조절했습니다. 일명 학원 뺑뺑이… 어릴 때는 학원에서 배움보다는 돌봐주는 의미가 컸습니다. 예를 들면 둘째를 피아노 학원을 4살에 보냈습니다. 다니던 어린이집에 돌봄 교실이 없어서, 어린이집에 와서 데려가고 데려오는 일을 해주는 학원으로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반업주부로서 제가 맡았던 주요 업무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아이들 등하교 관리
  • 아이들 아침, 저녁 챙기기 및 설거지
  • 빨래

그 외 다른 집안일들은 아내와 나눠서 했습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큰 지금은 등하교 관리와 아침 챙기기에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아침의 경우도 밥솥에 밥이 있으면 스스로 챙겨 먹을 수 있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큰 애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저녁에 자율학습 끝나면 데리러 가는 일이 추가되었습니다.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아이들의 정신적 관리의 비중도 커졌습니다.

파트타임 개발자

개발자로서 일은 오전 10시 ~ 오후 4시를 주된 업무 시간으로 했습니다. 일을 구할때 이 조건 외에는 다 양보했습니다. 일의 종류도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모르는 것은 익히면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하게 된 일도 전혀 모르는 분야의 일은 아니었습니다.

원격 또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조건으로 일하기도 했고, 현재는 혼합된 형태의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풀 원격으로 일할 때는 집 근처 프리미엄 독서실을 이용했습니다. 집은 일하기에는 좋은 조건이 아니었기에 별다방에서 일도 해보다가 프리미엄 독서실에 노트북 사용가능한 자리로 출퇴근하는 형태로 일을 했었습니다. 점심은 도시락을 싸서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ㅎ

이 기간 동안은 개발자로서의 성장은 관련해서 시간 투자를 하지 않은 만큼 정체되어 있다는 생각이듭니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기술로 일을 해서 수입을 번 느낌입니다.

약 9년간 약 두 달 정도의 위기를 제외하고는 무난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022년 4월, 5월 이 두달간 주 7일 근무에 집에서도 장시간 근무를 하게 되면서 집안일을 할 수 없게 되었던 시기였네요. 처음 1주일은 아내가 어느정도 양해해줬는데, 길어지다보니 지금 뭐하는 거냐고 화를 많이 냈었던 기억이 나네요.

2022-0405

개인적으로 이렇게 개인의 희생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들은 성공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후로는 휴일 근무, 야근 거의 안 했습니다.

돌아보니

반업주부와 파트타임 개발자로 생활하다 보니 개인 시간을 내기 힘들었습니다. 주부 <-> 개발자의 무한 굴레에 빠지다보니 인간관계가 거의 다 끊어졌습니다. 중간에 전직하면서 일하지 않을 때와 휴가를 쓰지 않으면 지인들을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두 가지 역할을 하다 보니 하루에 실제 업무 시간이 12시간은 가볍게 넘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집에서 빨래를 너는 것으로 하루의 업무들이 끝이 납니다. 이 시간이 보통 밤 12시가 지나서입니다.

이제는 몸도 늙어서 예전에 비해 업무의 효율이 떨어지는 느낌이 큽니다. 뇌도 육체의 일부이니 개발 쪽도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노안이 와서 개발일을 할 때는 돋보기를 쓰고 하는 것도…….ㅡ,.ㅡ;